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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월 이야기> 리뷰 – 봄바람처럼 스쳐간 첫사랑의 기억

by SharpSummary 2025. 4. 25.

Japan Flag 영화 <4월 이야기> 리뷰 – 봄바람처럼 스쳐간 첫사랑의 기억



영화 &lt;4월 이야기&gt; 포스터


개봉일: 2025년 4월 23일 (재개봉) / 최초 개봉: 2000년 4월 8일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국가: 일본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67분
배급: ㈜미디어캐슬
조용한 소녀, 도쿄로 가다

홋카이도에서 혼자 상경한 여대생 우즈키(마츠 타카코)는 도쿄라는 도시가 낯설기만 하다. 사람들 틈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신중히 단어를 고르는 이 소녀는 쉽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이 낯선 대학을 선택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고, 그건 바로 오래전 짝사랑하던 선배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4월 이야기》는 바로 그 ‘말하지 못한 마음’을 따라간다. 대사보다 풍경과 침묵이 많고, 서사보다 분위기와 감정의 여백이 중심이 되는 영화. 꽃잎이 흩날리는 4월, 이와이 슌지는 한 소녀의 사랑과 설렘, 그리고 그 모든 게 포함된 '처음의 시간'을 담아낸다.

이와이 슌지의 시네마 시(詩)

감독 이와이 슌지는 《러브레터》로 잘 알려진, 일본 감성 영화의 대명사다. 그의 영화는 감정을 직접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흐릿한 햇살, 벚꽃이 날리는 교정, 우즈키의 엷은 미소가 전부다. 관객은 그녀의 감정을 추측하게 되고, 그렇게 감정은 점점 스며든다.

 

《4월 이야기》는 겨우 6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시적인 감성과 정서적 잔향을 길게 남긴다. 이는 ‘보여주는 것’보다 ‘느끼게 하는 것’을 택한 감독의 고유한 연출 방식 덕분이다.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계절과 감정의 결은 풍부하다.

마츠 타카코라는 존재감

마츠 타카코는 이 영화의 얼굴이자 분위기 그 자체다. 말수가 적고 소심하지만, 마음속에 단단한 무언가를 간직한 캐릭터 우즈키를 그녀는 무리 없이 소화한다. 큰 표정 변화 없이도 마음이 읽히는 연기,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단정한 아름다움은 이 작품이 20년 넘게 회자되는 데 큰 몫을 한다.

 

특히 그녀가 자전거를 타며 벚꽃 길을 지나가는 장면은, 일본 청춘 영화 역사상 가장 시적인 순간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잔잔하지만 묵직한 메시지

《4월 이야기》는 사랑을 고백하거나 격렬한 감정의 충돌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기다리고, 지켜보고, 작은 용기를 낸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진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지나왔을 ‘처음’의 기억—첫 연애, 첫 도시 생활, 첫 자취방—그 모든 것이 감정의 노트처럼 스쳐간다.

 

영화의 마지막, 우즈키는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벚꽃 아래 웃는다. 그 장면은 그 어떤 긴 대사보다 큰 감정을 자아낸다. 봄은 다시 오고, 설렘도 또 오겠지만, 그 시절의 순수함은 오직 한 번뿐이라는 걸 이 영화는 알고 있다.

감상 포인트
  • 벚꽃과 첫사랑의 상징성: 영화 전반에 깔린 벚꽃 이미지가 ‘처음의 설렘’을 상징
  • 대사가 아닌 ‘침묵’의 힘: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 연출로 여운을 남김
  • 마츠 타카코의 정적 연기: 단정하고 담백한 표정이 우즈키의 내면을 함축적으로 표현
  • 짧지만 깊은 러닝타임: 단 67분 안에 한 편의 ‘시’를 완성해낸 영화적 밀도
왜 지금, 다시 《4월 이야기》인가

2025년의 재개봉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변화와 소란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다시 ‘조용한 감정’이 필요해졌다.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무심한 듯 시적인 장면을 통해, 감정의 정수를 되돌아볼 기회. 봄이 다시 온다면, 이 영화를 한 번 더 꺼내보자. 당신이 잊고 있던 ‘그 시절의 마음’이 거기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