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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상상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리뷰

by SharpSummary 2025. 4. 19.

빛을 상상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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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2025년 4월 23일 국내 개봉하는 인도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All We Imagine as Light)>은 삶의 바닥에서도 빛을 꿈꾸는 여성들의 일상을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려낸 드라마다.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들로 주목받은 인도 여성 감독 파율라 카푸르(Payal Kapadia)다.

영화는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의 한 병원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세 명의 여성 간호사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프라바는 남편과의 단절로 외로움을 안고 있고, 아누는 연애와 가족 간의 갈등에 시달리며, 파르바티는 시골에서 도시로 막 올라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한다.

이들은 처음엔 그저 동료였지만, 병원이라는 긴장된 공간과 일상 속에서 조금씩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게 된다. 특히 어느 날 떠난 해안가 여행은 그녀들에게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게 해주는 시간으로, 그 안에서 이들은 각자의 고통을 위로받고,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인물 소개

‘프라바’는 병원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중년 간호사로, 언제나 침착하고 강인해 보이지만 내면엔 가족과의 단절로 인한 깊은 상실감이 자리잡고 있다. 일상 속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녀는 아누와 파르바티와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변화해간다.

‘아누’는 젊고 활기찬 간호사로, 가족과 전통적 가치관 사이에서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싶어 한다. 그녀의 갈등은 단순한 개인적 고민을 넘어, 인도 사회 내 여성의 위치와 권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파르바티’는 갓 도시로 올라온 신입 간호사로, 영화 속 가장 순수한 시선을 보여준다. 그녀는 도시의 빠른 리듬에 당황하지만, 두 선배의 삶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감정과 세계를 조금씩 발견하게 된다.

이 세 인물은 서로 다른 세대, 배경,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빛’을 향해 나아가는 연대를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한 우정의 차원을 넘어, 여성 간의 정서적 연결과 연대를 상징한다.

배경과 메시지

영화의 배경인 뭄바이는 혼잡한 교통, 촘촘한 골목, 비좁은 집, 거대한 병원 등으로 구성된 도시다. 이 공간들은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장치로 사용되며,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긴장, 그리고 일상의 피로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파율라 카푸르 감독은 이 영화에서 말보다 공간과 빛, 침묵을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 “어둠 속에서는 빛을 상상하는 게 어렵다”는 대사는 영화의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인물들은 실제로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나서며, 그 빛은 연대와 감정의 공유 속에서 피어난다.

이 작품은 인도 사회가 안고 있는 여성의 위치, 전통과 근대의 갈등, 계층 간 불균형 같은 사회적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면서도, 관객에게 조용하고 깊은 질문을 던진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되, 그 안에서 가능성을 보려는 시선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감상 포인트
  • 리얼리즘과 서정성의 공존: 일상적이고 소소한 장면에서 시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연출
  • 여성 서사의 미학: 서로 다른 처지의 여성들이 연대를 통해 성장하는 서사 구조
  • 도시라는 인물: 뭄바이의 공간성이 인물의 감정과 맞닿으며 적극적으로 개입
  • 미니멀리즘 스타일: 과장 없이 조용한 시선으로 담아낸 감정의 밀도와 여백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All We Imagine as Light)>은 2024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그 예술성과 메시지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파율라 카푸르 감독은 감정과 구조, 사회적 맥락을 절묘하게 엮어내며, 인도 여성들의 현실과 꿈,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을 그린다.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으로, 우리 모두가 상상하는 ‘빛’이 어디서 피어나는지를 되묻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