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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언자(A Prophet)> 리뷰 – 감옥에서 왕으로, 절망의 벽을 뚫고 떠오른 예언

by SharpSummary 2025. 4. 14.

영화 <예언자(A Prophet)> 리뷰 – 감옥에서 왕으로, 절망의 벽을 뚫고 떠오른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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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라는 세계, 그리고 한 청년의 진화

프랑스 누아르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영화 <예언자(A Prophet)>는 2025년 재개봉을 맞아 다시금 관객의 심장을 조용히 압박하고 있다. 이야기는 사회의 가장 낮은 위치에서 출발한다. 말리크는 부모도, 학력도, 언어도 없는 19세의 북아프리카계 청년이다. 그는 6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수감되지만, 그곳은 단순한 형벌의 공간이 아니라 생존의 전장이자 성장의 무대다.

그는 코르시카 마피아의 수장 루치아니에게 첫 살인을 명령받고, 그 일 이후 충직한 부하로 간택된다. 그러나 말리크는 단지 충성만 하는 하수인이 되지 않는다. 그는 언어를 익히고 다양한 인종 그룹과 교류하며, 비밀스럽게 자신의 세력을 키워간다. 마지막엔 마피아조차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는 인물로 진화한다. 말리크는 희생자에서 권력자로, 피지배자에서 세계를 설계하는 자로 탈바꿈한다.

감독 자크 오디아르와 스타일의 정점

자크 오디아르(Jacques Audiard)는 프랑스 현대 영화의 가장 독창적인 연출자 중 하나로, 이 작품을 통해 감옥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 인간 본성과 권력의 역학을 응축시킨다. 그는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러스트 앤 본>, <디판> 등에서 이미 ‘폭력과 구원’, ‘경계에 선 인물들’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탐구해왔다. <예언자>는 이러한 오디아르의 연출 세계가 정점에 이른 작품이다.

현실과 환영(vision)이 뒤섞이는 영화적 구성은 말리크가 감옥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과 맞물려 몽환적이면서도 날카롭다. 오디아르는 환상과 육체성, 전략과 감정을 엮어내며, 이민자 청년이 ‘예언자’가 되는 과정을 거대한 신화로 탈바꿈시킨다.

타하르 라힘이라는 발견

이 영화는 배우 타하르 라힘(Tahar Rahim)의 경이로운 데뷔작이기도 하다. 말리크 역을 맡은 그는 섬세하고 침착한 눈빛으로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끌어낸다. 초반의 무력함과 후반의 통찰력, 두려움과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그의 연기는 이 작품을 단지 누아르의 성공작이 아니라 인간 드라마로 끌어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타하르 라힘은 이후 <더 마우리타니안>, <더 서펀트>, <마리 앙투아네트의 연인> 등 다양한 작품에서 깊이 있는 연기로 입지를 다졌지만, <예언자>의 말리크만큼 순수성과 야망, 불안을 모두 담은 캐릭터는 다시 만나기 어려운 진귀한 발견이었다.

예언자의 질문 – 살아남는 법, 그리고 지배하는 법

영화 <예언자>는 단지 감옥 누아르로 분류되기엔 그 층위가 너무 깊다. 그것은 이민자 문제, 프랑스 사회의 계층 갈등, 언어와 문화의 배제, 생존의 윤리학에 대한 풍부한 은유로 가득하다. 말리크의 여정은 한 개인의 서사이자, 제국주의 이후의 유럽이 만들어낸 소외된 정체성의 집약이다.

154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단 한 순간도 헛되지 않다. 오히려 관객은 그 무게를 통해 말리크의 탈바꿈을 정당하게 체험하게 된다. 끝내 영화는 묻는다. “살아남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지배자가 되어야만 하는가?” 이 질문은 <예언자>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있는 이유이자,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이유다.

관객의 말들

“범죄 영화라기엔 너무 깊고, 성장 영화라기엔 너무 날카롭다.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말리크의 눈빛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건 감옥 안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계급, 언어, 권력 – 모두 들어 있다.”

“처음엔 불쌍한 소년이었지만, 마지막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 진화의 모든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