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네버 렛 고: 악의 끈(Never Let Go)> 리뷰 – 믿음과 공포, 그리고 어머니라는 이름의 무게

2025년 4월 16일 개봉한 <네버 렛 고: 악의 끈(Never Let Go)>은 외부 세계의 위협보다 ‘가족 내부의 균열’을 통해 공포를 전하는 심리 스릴러다. 엄마와 두 아들은 숲속 오두막에 은신하며 ‘절대 밧줄을 놓지 말라’는 규칙 아래 살아간다. 그러나 성장한 아들 놀란은 점차 엄마의 말이 진실인지 의심하게 되고, 이 가족에게 감춰졌던 진짜 두려움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관객은 내내 '밧줄'이라는 설정 속에서 인물들이 무엇을 지키려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을 억압하고 있는지를 지켜보게 된다. 영화는 초자연적 존재의 실체를 끝까지 밝히지 않으며, 결국 진짜 공포는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아니라,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임을 암시한다.
연출을 맡은 알렉스 레보비치(Alex Lebovici)는 할리우드에서 The Public, Bill & Ted Face the Music 등 여러 장르 영화의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감독 데뷔를 하며 “심리적 밀실 공포”를 연출의 핵심 키워드로 삼는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인물의 내면이 어떻게 억압되고 분열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담아내며, 폐쇄적 공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을 훌륭히 구현했다.
특히 그는 공포를 음향과 조명, 그리고 인물 간 거리감으로 묘사하는 데 탁월하다. 정적 속에서 무언가 ‘올 것만 같은’ 불안을 서서히 조성하며, 단순히 깜짝 놀라게 하는 효과가 아닌 지속적이고 감정적인 긴장을 유지한다. 이 작품을 통해 레보비치는 상업적 감각과 예술적 깊이를 모두 갖춘 ‘신예 감독’으로 확실히 각인되었다.
할리 베리(Halle Berry)는 이번 작품에서 자녀를 지키기 위해 세상과 단절한 어머니를 연기하며 오스카 수상자다운 연기력을 또 한 번 증명했다. 그녀는 단순한 모성애를 넘어서, 보호와 통제, 사랑과 광기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복합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그녀의 눈동자와 떨리는 입술, 긴장된 숨소리를 밀착해 따라가며, 관객은 그녀의 불안에 함께 물들게 된다.
아들 ‘놀란’ 역을 맡은 퍼시 하인즈 화이트(Percy Hynes White)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의심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소년의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해낸다. 특히 어머니와의 갈등 장면에서 보여주는 감정 폭발은 인상 깊으며, 청소년기의 정체성과 진실에 대한 갈망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영화의 핵심 장치는 ‘밧줄’이다. 이는 물리적으로 가족을 연결시키는 동시에 심리적으로도 얽매이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한다. 어머니는 ‘밧줄’을 안전의 상징이라 믿지만, 아들에겐 점점 자유를 억압하는 감옥처럼 느껴진다. 이 긴장 구조는 보호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통제, 그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불안과 광기를 은유한다.
배경인 숲속 오두막 역시 중요한 내면적 상징이다. 외부 세계로부터 차단된 공간은 오히려 인물들의 불안과 망상을 증폭시키고, 어둠과 정적, 밧줄의 소리, 조용한 숨소리만으로도 공포의 밀도를 높인다. 영화는 끝내 ‘진짜 괴물’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지만, 관객은 각자 자신만의 답을 찾아 나서게 된다.
공포영화 평론가 사이먼 크로스(Simon Cross)는 “<네버 렛 고>는 현대 가족 스릴러의 교과서”라며, “공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의지하던 것들이 무너질 때 생긴다”고 평했다. 임상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하트 역시 “밧줄은 트라우마의 메타포로 읽을 수 있다. 부모의 불안이 어떻게 자녀에게 옮겨가는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일반 관람객 리뷰:
“영화관에서 나왔는데도 그 밧줄이 내 팔에 감겨 있는 느낌이었다.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었다.” “할리 베리의 연기는 믿고 봐도 되는 수준. 후반부의 반전은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