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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 〈청야〉, 지워진 기억을 좇는 아픈 여정

by SharpSummary 2025. 4. 10.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 <청야>, 지워진 기억을 좇는 아픈 여정

 

영화 – 〈청야〉poster

 

 

김재수 감독의 <청야>(2013)는 1951년 한국전쟁 중 경남 거창군 신원면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을 배경으로 한 극영화이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사진 속 소녀의 정체를 찾기 위해 과거의 비극이 서린 장소로 향하면서, 진실과 기억, 망각의 고리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이 영화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피해자 유족이 겪는 고통과 사회적 침묵을 감정적으로 되짚는 여정을 담고 있다.

왜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볼까

거창 민간인 학살은 오랫동안 공식적으로 말해지지 못한 사건이었다. <청야>는 이 사건을 다큐멘터리처럼 고발하지 않고, 기억을 회복하려는 인물들의 감정과 삶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근한다. 피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진실을 추적하는 이 여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말하지 못한 역사’와 마주하게 한다.

줄거리 요약

치매에 걸린 예비역 대령 이노인(명계남)은 사진첩 속 오래된 소녀 사진 한 장을 늘 지니고 다닌다. 손녀 지윤(안미나)은 사진 속 소녀의 정체를 알기 위해 할아버지와 함께 경남 거창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할아버지가 평생 반복해왔던 “오줌 안 마려워? 집에 가자”라는 말이 단순한 무의식의 반복이 아니라, 학살의 기억과 얽힌 고통스러운 언어임을 깨닫게 된다. 이 여정을 통해 그들은 잊힌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역사적 배경

1951년 2월, 한국군 제11사단에 의해 신원면 주민 약 719명이 학살당한 거창사건은 ‘공비와 내통했다’는 명목 아래 아무런 재판도 없이 자행된 국가폭력이다. 희생자 중 절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였으며, 당시 정부는 사건을 은폐했고, 유족들은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 속에서 침묵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다.

영화와 실제 사건의 거리

<청야>는 직접적으로 학살 장면을 보여주지 않지만, 상징적인 이미지와 인물의 심리 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감독은 실제 피해자 유족과의 인터뷰, 현장 조사, 증언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했으며, “극영화의 형식을 빌렸지만 결국 진실은 현실보다 더 강력하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언론과 관객의 평가

영화는 개봉 당시 대중적인 관심을 크게 받지는 못했지만, 평단에서는 “지워진 기억을 향한 조용한 추적”, “망각과 화해 사이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시네21은 “피해자들이 직접 나설 수 없었던 현실에서, 기억을 대신 말해주는 사람들의 역할을 보여준 영화”라며 높이 평가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한 것

김재수 감독은 “몰랐다면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영화 속에 담았다. 그는 ‘사진 속 소녀’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외면당한 존재들을 상징하고, 침묵 속에 묻힌 진실이 결국 언젠가는 말해져야 한다는 신념을 작품에 투영했다. <청야>는 말해지지 못한 진실에 대한 작고 단단한 외침이다.

한국 현대사 속 이 사건의 의미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참혹한 국가폭력 중 하나로, 오늘날에도 그 진상규명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청야>는 이 사건을 되짚으며, 기억을 잊지 않고 재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묻는다. 역사의 어두운 장면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의 영화’들이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