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 <대장 김창수>, 감옥에서 깨어난 민중의 지도자

이원태 감독의 <대장 김창수>(2017)는 대한독립운동의 상징인 백범 김구의 젊은 시절, ‘김창수’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청년 김창수가 외세에 맞서 행동하다 옥중에 수감된 뒤, 감옥 안에서 동포들과 함께 각성하고 사상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조진웅이 주연을 맡아 인간적인 면모부터 민중을 위한 지도자로서의 변화까지 설득력 있게 그려냈으며, 조선 말기의 혼란과 민중의 고통을 함께 응시하게 만드는 시대극이다.
<대장 김창수>는 ‘지도자’ 김구가 되기 이전의 ‘사람’ 김창수를 조명한다. 오늘날 우리는 지도자의 자질, 진정성, 용기를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감옥이라는 가장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을 변화시키는 사상과 연대의 힘을 이야기하며, 지금의 혼란한 사회 속에서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1896년, 황해도에서 일본인 육군 중위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김창수(조진웅)는 인천 감옥소에 수감된다. 감옥에서 그는 조선의 민중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목격하게 되고, 차츰 동료 죄수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세상 이야기를 나누며 존경을 받는 ‘대장’으로 거듭난다. 교도관 강형식(정만식)과의 대립 속에서도 그는 점차 확고한 신념을 세우며 독립운동가로서의 길을 준비하게 된다.
김창수는 훗날 백범 김구로 불리게 되는 인물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이끈 상징적인 지도자다. 1896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하던 시기, 김창수는 일본인을 살해하고 자수한다. 그는 감옥에 수감되며 국가의 부재와 조선 민중의 현실을 더욱 깊이 체험하게 되고, 이후 감옥에서 동료 죄수들과 교류하며 민중 계몽의 길로 나아갈 결심을 한다. 이 시기가 훗날 백범의 정치적, 사상적 기반이 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영화는 백범일지를 포함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극화되었으며, 기본적인 사건의 흐름은 실제에 충실하다. 감옥 안에서 동료 죄수들을 가르치고, 차별과 폭력에 저항하며 공동체를 형성해 가는 김창수의 모습은 실존 인물의 회고와 증언에 기반한 것이다. 다만 인물 간의 갈등, 감옥 내 상황 등은 극적 구성을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이로 인해 드라마적 몰입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장 김창수>는 “의미 있는 역사극”이라는 평과 함께 조진웅의 강렬한 연기에 호평이 집중되었다. 또한 감옥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심리전과 인간 드라마가 깊이 있는 울림을 줬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캐릭터들의 서사가 단선적이며, 이야기 전개가 다소 느리다는 아쉬움도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김구라는 인물의 ‘시작’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원태 감독은 “김구의 거대한 영웅 서사보다는, 인간 김창수가 감옥에서 어떤 계기와 깨달음을 얻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도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깨우쳐지는 존재’이며, 김창수는 억압의 공간에서도 인간 존엄과 민중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영화는 그래서 더욱 조용하지만 울림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김창수의 옥중 시기는 단지 수감 생활이 아니라, 한 민중 지도자가 탄생한 사상의 산실이었다. 이후 백범 김구는 상해 임시정부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고, 해방 후까지 민족의 통일과 자주를 위해 헌신했다. 영화가 담은 이 시기는 그 모든 여정의 출발점이자, 일제의 탄압 아래서도 희망과 의지를 놓지 않은 한 사람의 이야기다. 지금 이 시대에도 우리가 돌아봐야 할 태도이자 사유가 아닐까.